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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세상이 온다. 마이크로소프트가 Windows phone 7을 들고 나왔다. '5년은 앞선 기술' 로 만들었다던 아이폰은 3년만에 수많은 추종자들과 경쟁자들을 주렁주렁 매달게 되었다. 다시금 웹을 둘러싼 지리하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헤게모니 싸움의 전조가 보인다. 새로운 세상을 놓고 다툰다. 다투는 것 처럼 보인다.

기막히게도 이 다툼은 '망한 기술들' 간의 전쟁을 연상시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95 R2에서 푸시와 채널을 추가했었다. 뉴스를 구독하면 컴으로 보내준다는 획기적인 기술은 그러나 되돌아보면 PC를 위한 기술은 아니었다.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밀어넣는 active feeding은 전화접속을 중심으로 한 당시 환경에는 무리가 있는 기술이었다. 애플 MacOSX의 전신을 만들어낸 NeXT는 팻바이너리 개념을 90년대에 만들었다. 이기종간의 바이너리 및 배포판을 하나의 패키지에 담아 내놓는 개념이었다. 컴파일 한 번으로 이종 CPU에서 돌아가는 바이너리 코드를 만들어내기에 gcc를 비롯한 당시의 환경은 충분히 효률적이지 않았다. 만들어낸 프로그램도 부피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저장 용량은 연산 장치보다 훨씬 가파른 기울기로 지수성장했다. 같은 일을 하기 위해 두 배 이상의 저장 용량을 요구하는 팻 바이너리는 당시의 기준으로는 충분한 제약이었다.

당시엔 둘 다 망했다.

당시에 망한 기술은 그 뿐만이 아니다. 데이터 및 프로그램을 서버에 두고, 그 서버에 접속해서 모든 작업을 처리할 것이라는 클라우드 컴퓨팅도 있었지만, 자바 언어만을 남기고 조용히 묻혔다. 음악, 영상 및 매체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준다는 스트리밍 기술도 제안되었다. 컨텐트보다 회선 사용료가 비쌌다.

강산이 한 번 변했다. 언젠가부터 기술의 무덤에서 시체들이 하나씩 걸어나온다. 스마트폰은 그 기술들 위에 서 있다. 어찌보면 스마트폰은 '꿈은 꾸어 봤지만 차마 대놓고 꺼내지는 못했던' 꿈의 IT 기기이다. 언제나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정보를 주고 받으며, 이기종간의 크로스 컴파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돌아가는 휴대가능한 기기. 이제 더 많은 기술들이 태어나고 대부분 무덤으로 들어가 그 다음의 세상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

이상은 기술이 있어야 실현할 수 있고, 기술은 환경이 원해야 빛을 볼 수 있다.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실화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루어진 목표들이 지향하는 방향은 현재의 환경을 계속 나아지게 한다. 나아진 환경은 아직 잠자는 이상들이 깨어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 이 인과관계는 서로 꼬리를 물고 있다. 정보 선진국에선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제반 환경' 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발딛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니, 우리는 그들과 반대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에게는 꿈꿀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오래되었지만 새로운 기술들로 스마트폰이 구성되는 것을 보며 '몽상하는 것의 중요함'을 생각한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은 '때'가 아니라 '모든 것'이다. 숲속의 공주님도 일단 태어나서 잠을 자고 있어야 키스를 받아 깨어날 수 있듯, 오는 때를 맞이하려면 맞이할 주체가 필요하다.

그러한 주체를 만드는 것에 너무 인색한 사회이다. 우리 주위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목표나 주장만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몽상에 도전할 수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선진국들에 비하여 옅다. 하지만 어떤 농부도 씨를 뿌리고 그 모두에서 싹이 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물고기가 수만명의 새끼들을 원해서 알을 수만개씩 낳는 것은 아니다. 실패의 토양에 이상을 심고, 환경의 비가 내려 나무를 틔우기 위한 씨앗 뿌리기에 인색한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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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0 18:39 2010/02/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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