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aland in dearest memories

2001년 9월부터 2002년 4월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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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0/23 inureyes octaland in dearest memories - 3장 (5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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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소녀처럼 눌러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이 사람은 그러지 않는 것 같아. 이곳저곳 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묻기도 하면서 짐을 차곡차곡 챙기고 있네. 사람들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이것도 저것도 원래 그 사람의 것인양 쓰게 해 주는 것은 그냥 보면서 넘기자. 이 곳 사람들에 대해서 노트에 적힌 말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 딱 한마디였으니까.

사막 한 가운데에 있어서 보통은 찾지도 못하고 그냥 이야기로 ‘그런 곳도 있다더라.’ 이렇게 전해 내려오는 마을이지. 어떻게 그런 마을에 차까지 준비해서 이 사람이 왔을까? 그렇지. 저 사람도 여행객이야. 목적이 있는 여행객인지 목적을 찾는 여행객인지 알 수 없지만 저 낡은 노트를 하나 들고 다니는 것과 준비를 아주 철저히 하는 모습 정도는 우리가 계속 보고 있지. 사실 조금 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그냥 모른 척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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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모든 준비를 끝낸듯해. 노트를 참고하면 아마도 여기는 가야하는 곳까지의 길에서 중간 정도의 지점이었거든. 그 날 밤이었어. 집에 들어와서 자려는데 그 집 주인이 그 사람에게 “이 마을이 어떠십니까?” 하고 말을 걸었지.
그 사람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하고서 웃었어.
그러자 주인은 이곳에서 듣기 힘들었던 -약간은 심각한 그리고 침울한- 목소리로 그 사람에게 말했어. “이 마을이 마음에 든다면 이 곳에서 살 생각은 없습니까?”
하지만 대답을 들으려고 하지는 않았지. 그 사람의 표정이 너무나 확실한 대답을 하고 있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절대로 이 곳에서 살 수는 없습니다.”
주인의 표정은 묘하게 변했어.
“왜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하나요?”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런 곳에서 저도 항상 착한 사람이 되어서 착하게 살고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전 길 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이해해 주시겠습니까?”
주인은 표정이 펴졌지. “아주” 하고 주인은 말을 꺼냈어. “예전에 당신과 같은 사람이 있었지요. 그리고 당신의 길도 그 사람을 따를 것입니다. 이 작은 별 위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지만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런 곳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만 해 두시길.”
이번엔 그 사람이 표정이 변해서 무언가를 주인에게 물어보려고 했지. 그런데 그럴 틈도 없이 그 사람은 잠이 들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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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눈을 뜨고 커다란 모래 언덕에 기대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까진 꽤 오래 걸렸지.
그 사람은 그렇게 당황하지 않았어. 그냥 일어나서 모래에 묻혀있던 바지를 몇 번 탁탁 털고 일어난 것이 전부였어. 그리고 눈앞에 있는 차를 탔지. 차는 가볍게 시동이 걸렸어.

그 사람은 천천히 액셀러레이터를 밟았고 차는 앞으로 조금씩 움직이다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어. 스윽 소리를 내면서 부드러운 모래 위를 달리지만 의외로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그 사람은 생각에 잠겼지 그냥 전날 주인이 한 말이 귀에서 잊히지 않아서 그런 듯.

생각은 생각으로 내버려 둔 채 차는 계속 움직였지. 차 안에서 해가 지고 뜨는 것을 몇 번 보고 나자 사막의 반대쪽이 보였어. 차는 모래를 흘리면서 땅 위로 올라왔지. 그 사람은 별 표정이 없었어. 그렇지만 사막을 통과해 간 사람은 사실 거의 없었거든. 비행기로는 모를까. 그리고 사막의 끝에 있는 숲은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숲이지. 하지만 그 사람은 숲 속으로 그 큰 차를 몰았어.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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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숲 속으로 들어갔는데 숲이 깊어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네.
그렇지만 멀쩡하게 숲에서 나올 수는 없지. 그 사람이 정신을 차린 곳은 어떤 병원이었어.

아주 허름한 병원이었지. 천막으로 대충 지붕을 이어붙인 야전병원이었지. 그 사람은 옆을 돌아보았어. 많은 사람들이 풀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침대에 누워 있었지. 그걸 보고 그 사람은 퍼뜩 정신이 들었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 그는 조금씩 초조해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초조한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어. 저쪽에서 천이 들리고 간호사 같은 사람이 한 명 들어왔거든. 그 사람은 들어온 사람이 간호사가 아닌 것을 한 눈에 알아보았지.

사실 초조했지만 그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거야.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초조함을 누를만한 어떤 느낌이 들어버렸거든. 금방 들어온 사람은 이리저리 여러 환자를 돌보다가 그 사람에게까지 왔지.

그 사람은 그냥 편하게 누워있었어. 그 간호사 같은 사람 아가씨는 그 사람이 정신을 차려서 자신을 보는 것을 보고 꽤 반가워했지. 무엇에 찔렸는지 붕대에 감긴 팔을 보고 약을 살펴 본 다음 웃으면서 아가씨는 다음 침대로 가려고 했어.
그 사람은 아가씨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조용히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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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가씨?”
그 사람은 물었지만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가씨는 대답이 없었지.
“제 차는 어디에 있나요?” 그렇게 그 사람은 이야기를 시작했어. “제 노트와 지도는 어디에 있지요? 이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더 커지기 전에 전 가야합니다. 그 사람은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어. 제 낡은 노트에 적힌 곳에 늦지 않게 가야해요. 시간이 없거든요. 이 곳에 오기 전에 사막을 지났습니다. 노트에만 나오던 마을에도 갔지요. 착한 사람들만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었죠. 그런 곳이 존재하다니, 아니 어쩌면 존재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을 이름대로 그렇게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곳인지도 모르지요. 그 곳에 오래 있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사실 오래 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곳은 제가 살아가면 실제가 되는 곳이었지만 저만 그 곳에서 살아가면 환상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어요. 사막을 통과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곳을 지나왔겠죠. 하지만 그 사람들은 자신이 본 곳을 믿지 않았어요.
그것보다 전에는 어떤 도시에서 사막을 통과할 준비를 했습니다. 정말 복잡한 곳이었지요. 사막과 그렇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문명의 끝까지 닿은 곳이었습니다. 그 곳은 원래 도시가 생길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아주 먼 곳에서 물을 끌어와서 도시가 세워질 수 있게 만든 곳이죠. 준비를 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넘어가면 되지 않으냐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찾는 곳은 그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소로 가는 길 위에 있으니까요. 제 짐들은 어디에 있지요? 그것들이 없으면 전 이 곳에 있는 의미가 없습니다. 사막에 잇닿은 그 도시까지 가기 위해서 얼마나 긴 길을 왔는지 아세요?”
그 사람은 말을 계속 이었지. 하지만 저렇게 멀리 있는데 그 아가씨가 들을 수는 있을까?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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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3 17:52 2004/10/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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