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Forest: Beneath imaginations

수술이 끝난지 6일째 되는 날이다. 수술자리는 여전히 조금만 움직이면 아프다. 무언가 하려고 잠시 앉으면 금방 피곤해지는 참 생경한 경험 중이다.
작년 여름 즈음부터 이따금씩 배가 아파서 고생을 했다. 커피와 술을 즐겨 마시기 때문에 위가 안 좋아지나 했었다. 복통이 심해 들른 병원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포항성모병원 응급실에도 한 번 실려가는 고생을 한 끝에 커피와 술을 조금씩 줄여 나갔다. 그러던 중, 가을 물리학회를 앞두고 박사 동기들과 고기를 신나게 먹은 날이 있었다. 다음날 주말을 맞아 상경한 후 복통과 고열로 사흘 정도를 버티다 아산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었다. 원인은 따로 밝혀내지 못하고 역류성 식도염이 아니겠는가 하는 진단과 진통제 처방을 받았다. 어찌저찌 일어나서 가을 물리학회 발표와 한국뇌기능매핑학회 발표를 마치고 한참을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생각엔 상한 고기로 인한 식중독이 아닐까 하였다.
작년 2학기동안 졸업을 목표로 아무래도 건강을 등한시하다보니 이후에도 두 번 정도 포항성모병원에서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러다 올해 2월 서울 출장 내내 복통과 두통이 심하던 중 주말에 삼겹살을 먹고 밤새 복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엔 정말 위내시경을 해 보려고 마음 먹고 포항으로 돌아갔는데, 이틀 후 새벽 또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이번 당직 의사분께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더니, '영 이상한데...' 하고는 응급실에 비치된 간이 초음파를 한 번 해 보자고 하였다. 간이 촬영 결과 담낭 벽이 정상보다 훨씬 두꺼운 것 같으니 다음날 정식 초음파 검사를 해보기를 권해 주셨다.
이후는 전형적인 흐름 대로다. 담낭 안에 큰 돌이 발견되었다. 돌의 크기 때문에 담낭째 제거하는 외과적인 방법으로밖에 치료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수술일자를 잡았다가 보호자가 없는 문제로 서울로 병원을 옮겼다. 담당 주치의분께 미국 물리학회 출장 일정에 관한 상담을 하였다. 처방받은 약과 함께 미국 출장을 다녀오기로 하고 이후로 수술 일정을 늦춰 잡았다. 입원 사전 검사를 마친 다음날 볼티모어로 출장을 다녀왔다. 다녀온 후 입원하고 복강경 수술을 받고, 사흘 후 농담을 할 정도의 상태가 되어 퇴원후 치료중이다.
살며 크게 앓은 적이 없다. 수술은 특이한 경험이다.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과 지내기는 참 어렵다. (그 핑계로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수술이 아니더라도 올해 3월엔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문자로 익힐 수 없는 지식들과 함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질문과 답까지.
사람이 어떨 때 자라는지 조금은 알게 된 느낌이 든다.
덧) 직접 다양한 진통제와 마취제에 대한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다. 논문을 쓸 때 막연함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눈감고 눈뜨니 바로 두시간 반 후라 뭘 경험했는지를 모르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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