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빚어내기/이야기하기 | 2000/06/22 15:13 | inureyes
을 좋아합니다. 무언가를 물어보고 싶네요.

나방이 한 마리 있었더랍니다. 그런데 이 나방은 좀 이상했대요. 다른 나방들이 애벌레 시절을 끝내고 슬슬 장롱에서 나와서 날기 시작했을 때였죠. 이 나방은 자신의 날개가 가로로는 접히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답니다. 항상 옆으로 펴고 있어야 했지요. 위로 접히지가 않았습니다.

나이 많은 나방이 그 나방에게 말해주었지요.

“얘야, 나방은 원래 날개를 위로는 못 접는단다. 나비들만 그것을 할 수 있지.”

다른 나방들이 그냥 자연스레 날아다니는 것을 즐길 때, 이 나방만 그러지 못했답니다. 그냥 잘 날고 있을 때에도, ‘이제 곧 앉아야 돼. 그러면 날개도 못 접고 너무 보기 안 좋아.’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지요. 나방은 나비로 태어나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싫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나방들이 모두 함께 어떤 행동을 하기 시작했지요.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자연스레 어디로인가 향하고 있더랍니다. 날기가 싫은 나방은 물어보았지요.’어디 가는 거야?’ ‘아… 몸이 가는대로. 내가 태어난 목적을 알 것 같아서.’

라는 말이 꽤 솔깃했지요.

날기 싫은 날개를 이끌고 날아간 곳에는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어떤 것이 있었습니다. 온갖 곤충들이 그 뭐라고 부르기가 힘든 것을 감싸고 돌고 있었지요. 곤충들은 그것을 ‘지켜야 할 어떤 것’ 또는 ‘신’ 이라고 불렀습니다. 매일 밤이 되면, 곤충들은 그곳에 모여 다가가려 해도 다가가지지 않는 그것을 향해 몸을 던지고 튕겨 나오고는 했습니다. 나방은 보자마자 깨달았습니다. ‘저것이다! 저것이 바로 내가 살아있는 이유였을 거야!’

밤마다 그 어떤 마음을 이끄는 것에 다가가기 위해 날고, 그러다가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어떤 것에 부딪히고. 나방은 그래도 신이 났습니다. 이제야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해도 ‘어떤 것’의 표면 가까이만 갈 수 있을 뿐, 표면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으로 감싸여 있어서 다가갈 수는 없었대요. 그래도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정말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날에, 먼 곳에서 나방이 한 마리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매일 노력하는 나방을 비웃었대요. 저게 무엇인 줄 아느냐. 저 ‘전등’ 이란 건 그냥 모사일 뿐이야. 도시란 곳에는 수천 수 만개, 아니 더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 하루에 몇 만개가 생기는지도 모르는 그런 단순한 물건. 나방은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길지 않은 나방의 삶에, 우박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요. 하늘에서 무언가가 우두두둑 떨어지는데, 그 소리가 너무나 커서 나방들 뿐만이 아닌 곤충들은 모두 숨었지요. 피하지 못한 곤충들은 떨어지는 우박에 맞아서 죽기도 했어요. 훤한 대낮에 잠도 못자고 눈을 부비던 나방은 큰 소리를 들었대요. “쨍그랑!@#” 하는.

엉겁결에 나가면 죽는다는 생각도 못하고 어두컴컴한 바깥으로 뛰쳐나갔는데, 눈앞에는 자신이 매일 온 힘을 다해서 다가가려 하던 그 무엇이 속을 허옇게 드러내 놓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어요. 나방은 충격을 받았죠. ‘그 무엇’ 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맞아서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에 맞아서 ‘깨져버린’ 그 무엇의 안은 비어있었던 겁니다.

나방은 넋을 잃고 있었어요. 슬슬 구름이 걷히고, 곧 ‘무조건 자야 한다’ 고 정해진 시간이 다시 다가오는데도 나방은 그럴 생각을 못하고 있었지요. 곧 나방은 보게 되겠지요. 구름이 걷히고 그 자리에 해가 떠오르는 것을요. 나방은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져서 ‘그 무엇’ 을 부순 물건이 녹아 자신이 매일 마시던 물이 되어 흘러 내리는 것도 보았어요.

나방은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하늘로, 아니 해를 향해서 날아가 버렸어요.




아, 잊어버릴 뻔 했네요. 묻고 싶은 것이 무엇 이었냐면요,

하늘에는 나무도 없고 종이도 없고. 탈 것들이 없는데 어떻게 해는 매일 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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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6/22 15:13 2000/06/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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