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든 동네들이 그렇듯이 내가 사는 동네에도 초중고교가 있다. 이 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으니 두 교실 모두 낯익은 기억 한 곳에서 끄집어 낼 수가 있다. 집에 잠시 돌아와서 부쩍 테크노마트를 왕래하는 일이 잦아졌는데 -주로 간단한 것 하나 사러 간다는 마음으로 나와서 virtua cop 3도 하고 pc방에도 가고 하기 위해서- 그 길을 지나다 보면 노란색 빨간색으로 이상하게 보수해놓은 옛 초등학교를 만나게 된다.
처음 입학했을 때는 눈에 띄도록 진하지는 않은 빨간 색의 벽돌 건물이었는데,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부실공사로 무너졌다고 한다. 그 후에 수리를 마친 학교는 노란색 건물이 되었는데, 일이년 지나니 때가 탈 대로 타서 이젠 거무튀튀한 건물이 되어버렸다. 밖에서 보면 웬 전광판도 복도에 달려서 '우리는 성실한 어린이' 같은 말들이 하루종일 죽죽 흘러가고 있다.
문득 궁금해진 것이 있었다. 아직도 학생들은 왁스걸레를 사거나 만들어서 학교에 들고 갈까? 예전 초등학생으로 이름이 바뀌기 전의 '국민학생' 들은 종종 왁스걸레를 사서 학교에 들고 갔다. 학교에 왁스걸레를 들고 가면 커다란 왁스통에 든 왁스를 교실 바닥 이곳 저곳에 바르고 단체로 나무바닥을 싹싹 밀었다. 그리고 나서 왁스기가 나무에 스며들기를 기다리면 하루 동안은 실내화를 신어도 좍좍 잘 미끄러지는 바닥이 되었다.
어느새 나무바닥은 비싼 바닥이 되어버렸고, 중학교에 올라갈 때만 해도 시멘트 바닥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당시에는 '왁스칠 안해도 되니 좋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그런 적이 있었는지조차 희미한 오랜 일이 되어버렸다. 시멘트 바닥이 나무바닥을 대신하고, 교실 가운데의 난로를 가스난로가 대신하고, 칠판지우개 털이 통을 지우개털이 수동 기계가, 자동 기계가 대신했다.
궁금해져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방학이라 문이 모두 닫혀 있었다. 정문쪽으로 들어가볼까 했지만 신나게 뛰어놀던 운동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커다란 실내 강당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공사장 막이를 넘어갈 수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예전엔 우리들의 교실이었던 그네들의 교실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궁금했지만 그 답은 이제는 넘어갈 수 없는 담장 너머에 있었다. 그것이 공사장 칸막이 이든, 사라져가는 기억의 뒷편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