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내 눈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내 발이 딛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대학생이라는 호칭이 그다지 부끄럽지 않을 정도였다.
무엇이 이런 격동기 중의 격동기에 태어나게 했고 그 가운데에서 자라게 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 내 눈으로 들어올 '우리나라'는 백여년만의 전환기라는 것 정도는 확신한다.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변화를 이끄는 것이 다른 나라처럼 인간의 힘이 아닌 인간의 자식들 -특히 인터넷- 이라는 것이, 불안 반 기대 반의 마음을 가지게 한다. 과연 내가 보게 될 것은 무엇일까. 모래시계는 계속 떨어진다.
그렇게 많은 것이 무섭도록 조여오는 데도, 태백산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눈 속의 혼탁함을 읽어낸 것인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그 흔들림에 무엇을 더하고 싶었는지, 산은 그저 묵묵함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 무의미함 아니 그걸 넘어선 무신경함. 산 자이든 죽은 자이든 말없이 안는 그건 자애로움인지 아니면 관심없음의 극치인지.
속초에 섰다. 옆으로 활짝 편 팔 속에 산은 들어오지 않았다. 팔 끝을 넘어서 있었다. 그게 다였다. 아주 약간 슬펐을 뿐이다. 시선의 끝이 닿는 그 곳에는 읽어낼 수 없는 바람의 흐름 뿐이었다. 하지만 텅 비어있던 가슴 속에 들어오던 말이 아닌 무언가는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큰 눈으로 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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