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투명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1/04/16 02:22 | inureyes
투명한 것들은 어떻게 빛을 통과시킬까... 아무 거리낌없이 물질을 가로질러 눈까지 도착하는 빛.

아주 오래된,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던 때에, 처음 멀티에 컬러 그래픽카드를 꽂았을 때가 생각난다. 최초로 본 컬러그래픽카드는 4색짜리 CGA였고, 그다음이 16색을 표시할 수 있는 EGA, 그다음이 VGA였다. 물론 멀티에 꽂았던 것은 트라이던트사의 VGA였다. 256색... 세상의 모든 색이 256색으로 표현되었었다. 그 전의 흑백모니터에서 벗어나 처음 본 256색의 세상은 정말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듯이 보였다.

지금 내 컴퓨터... 얜 32비트 색상을 사용한다. 32비트니까 대략 계산하면... 1600만 색정도가 된다. 예전에 보았던 256색도, 사실 잘 색조정하면 사진과 비슷할 정도로 보이게 할 수가 있다. 16비트컬러, 65535색 정도만 되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색이 잘 스며나온다. 그렇지만 32비트는 트루컬러라고 부르고 16비트는 하이컬러라고 한다.

half-transparent effect. 미술에서도 쓰이는 용어이면서 컴퓨터에서도 쓰이는 용어다. 완벽한 투명이 아닌 반투명효과를 말한다. 물로 발색하는 수채화에서 많이 쓰인다.(전에 다니던 미술학원의 친구 어머니(이분이 원장이셨다)께선 아크릴물감으로 저 효과를 내는 불가사의한 경우를 보여주신 적도 있다.) 실제 영상장치에서, 마지막 목표로 삼은 것이 실시간 반투명처리이다. 결국에는 한계가 없을 정도의 색을 이용하여 이루어냈다. 알파블랜딩이라는 빛의 성분에 따라 반투명될 물체와 뒤에 있는 물체의 색을 섞어버리는 방법으로 해냈다. 그래서 트루컬러라는 엄청나게 커다란 팔레트가 필요해졌다.

투명하면 존재감이 없어진다. 그렇지만 불투명하다는 것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반투명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빛을 유지하면서 유윳빛 유리보다는 맑게 뒤를 비추어 줄 수 있는 모습을 바란다. 정말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크기의 팔레트가 필요하다. 그런데 트루컬러의 팔레트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시간은 유한하다. 평생 물감을 섞는다고 해도 그 많은 색을 다 섞어볼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색을 올려놓을 팔레트도, 그러한 팔레트가 존재하는 아틀리에도 없다.

정말 필요한 것은 256색만으로라도 정말 사진처럼 표현해보는 것이다. 색을 줄이는 과정을 dithering이라고 한다. 자신이 half-transparent해질 수 있느냐는 dithering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와 같은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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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6 02:22 2001/04/16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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