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여유를 내어 칠곡에 있는 납골당에 혁이를 보러 다녀왔다. 실은 화장한 것을 잊고서 장지에 가본다고 갔는데 아침 일찍 출발해서 도착해보니 납골당이었다.
텍스트 읽기를 그렇게 좋아하던 녀석이 마치 자기가 책이 된 양 책장 비스무리한 곳에 꽂혀 있더라. 조화 한 송이와 묵주 하나만 달랑 놓인채로 그렇게 커다란 장의 한 칸에 들어있었다. 사람 살 곳도 모자라 아파트에 닭들처럼 들어가 사는데, 죽은 사람이 살 곳도 모자라나보다.
그 아파트 옆 칸들을 들여다보았다. 올 때는 모두 애기로 오지만 갈 때는 모두 제각각의 나이로 떠나더라. 혁이 아버지 말씀마냥 운명이 존재하는가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잊어가며 사는 존재라는 그 말만은 깊게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