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텍스트큐브와 텍스트큐브닷컴은 꽤 재미있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코드 베이스가 서로 교환이 불가능할 정도로 변해버린 관계임에도 불구하고[1] 닷컴을 보면 '낮선 그대에게서 내 코드의 향기를 느낀다.' 가끔 들어가 보는 티스토리에서도 '아, 예전에 이 코드를 썼었지' 라든가, '이 코드가 아직도 개선이 안되어 있네' 등의 감상이 다가오니, 가넷[2]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든 네안데르탈인이든 사진 보면 사람 느낌 나는게 인지상정이라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2008년 2월이 목표였던 텍스트큐브 2.0의 로드맵이 6개월 연기된 이후 텍스트큐브의 많은 기획 요건들이 지금의 텍스트큐브닷컴에 전달되었다 (당시엔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TNF의 기획 요건들이 언제나 그렇듯 상당히 우주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대부분 짤렸지만, 가끔 아직 만들지도 않은 2.0의 요건들을 텍스트큐브닷컴에서 찾아내는 기분은 묘하다. 켄지가 노트에 그린 세계 정복 로봇의 '다리'를 1999년도에 목격한 기분과 비슷하려나?[3]

사실 가넷을 뜯어보면 마음에 드는 부분들도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도 여럿 있다. 구체적으로 뜯어내어 말을 하기는 어려운 부분들이다.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자신의 'geek'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하고 싶은 부분들을 정리해 본 결과로는, 이런 부분들을 대중적 플랫폼이 커버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피드백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구태여 정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피드백을 하는 (그리고 받는) 방법은 아주 간접적이지만 은근히 직접적이다. 작년 늦여름에 니들웍스 분들과 함께 TNC로부터 이후 계획과 플랫폼에 대한 발표의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는 시안이나 계획과, 가넷의 기능과 UI는 명백하게 다르다. 재미있는 부분은 1.7의 티켓의 많은 부분이 가넷에도 반영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업그레이드' 된 채로 들어간 부분들이다.

현재 이 가넷 개발버전을 보고 시작한 생각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분' 대신 '마음에 드는 부분'에 훨씬 집중되어 있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생각이신듯, 가넷에서 마음에 드는 기능을 보고 텍스트큐브 1.7에 비슷하게 구현해버린 기능들이 있다. 동영상 검색후 본문에 업로드 기능이나, 센터의 상태 패널, 네트워크 카테고리의 개편등이 결과물이다.

가넷으로의 피드백은 간단하다. 동영상 검색 후 본문에 삽입하는 기능이 1.7에 구현되면서 여러 플랫폼 및 플리커 사진 업로드도 동시 검색 지원이 추가 되었다거나, 2단 메뉴의 유용한 접근을 위해서 최상단 메뉴 형식이 변했다거나, 스킨 편집시 원하는 부분을 찾아 편집하기 쉬워지는 부분등이 있다. 그러면 티스토리를 울게 만든 마법의 요청이 여기서도 만들어지고, 전달된다.

"텍스트큐브에서는 되는데 왜 텍스트큐브닷컴에서는 안되나요?"

그러니 '소리없는 피드백'을 위해서는 뭔가 정말 '끌려서 못견디는' 기능을 텍스트큐브에 하나 넣으면 된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방법이다. (티스토리 운영진 분들을 슬프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했다.)

*

본질적으로 텍스트큐브와 텍스트큐브닷컴은 경쟁관계로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는 두 플랫폼의 상이한 특성 - 기능 지향과 대중 지향 - 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의 기대치가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러한 상황에 의한 단점이 여러가지 있다. 그렇지만 이점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러한 경쟁관계가 가져다 주는 최대의 이점은 각각의 플랫폼이 우물에 빠져버리는 상황을 막는다는 것이다. 텍스트큐브가 기능에 치우쳐 정작 주인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도구로 변해 갈 수 있는 가능성도, 텍스트큐브닷컴이 배가 무거워져서 땅에 배를 깔고 누워버릴 수 있는 가능성도 이 미묘한 경쟁관계에 의하여 가로막힌다.

경쟁은 진화를 가져온다. 텍스트큐브, 티스토리, 텍스트큐브닷넷이 어떠한 진화를 만들어낼 지는 알 수 없다. 하나는 확실하다. 이 중 어떤 플랫폼이든 안주하면 망한다. 모두들 즐거운 시간 되시길. May the force be with you.

[1] 그렇다고 기본 골격이 변한 것은 아니라서 보면 또 다 아는, 그런 관계랄까. [2] 텍스트큐브닷컴의 프로젝트 코드명. [3] 우라사와 나오키. '20세기 소년' 의 내용. 주인공인 켄지와 친구들이 그린 세계 정복과 구원자에 대한 상상 일기의 내용이 20세기 말 실제로 일어나고, 그 일을 막기 위한 내용이 주요 줄거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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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2:54 2008/06/03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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