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어내기/살아가기 | 2002/01/09 03:20 | inureyes
밖이 춥다. 바람이 불 때 마다 입고 나온 옷을 탓하게 된다.

때를 가리지 않고 눈이 내린다.
눈내린 세상은 보기 좋다. 하얀 색으로 모든 것이 덮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정말 이유는 따로 있다. 눈에 쌓인 것은 전부 동글동글 해지기 때문이다.

아, 보기는 좋은데, 좀 지긋지긋하다. 눈을 치울 때의 일이 귀찮아서이다. 눈 내린 다음날 차 앞에 서면 조용히 묵념을 하게 된다. ...이걸 언제 다 긁어내지. 시동 걸어놓고 히터 틀어놓고 열선 작동 시켜놓고 빗자루로 잘 쓸어낸다. 어느새인지 눈이 얼음이 되어 차를 덮고 있다. 부슬부슬 거리지도 않고 들쑥날쑥 딱딱하다.

차고가 있는 주택에 살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스쳐가고 그대로 한 삼십여분이 지나야 대강 차의 모습이 된다. 눈을 털어내는 일에 쓴 것들을 트렁크에 대강 집어넣고 시동을 건다. (그렇게 털어 냈는데도 차는 그대로 눈사람이라고 그런다. 내가 보기엔 아닌데.)

잠오고 머리 아프고. 맨날 쉬는데도 코피나고. 정말 병원이나 가 봐야 겠다. 아니면 책을 줄이든지 좀 덜 놀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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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9 03:20 2002/01/0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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