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빚어내기/살아가기 | 2010/03/30 22:44 | inureyes

봉사 활동 및 학회 참석차 서울에 와서 며칠 생각해 본 결과 얻은 결론이 있다. 스스로의 삶을 오롯이 자기 만족을 위해 살아왔다는 점이다. 그렇기때문에 좋았던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 지금까지는 좋았던 점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그렇지 않은 점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프로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것들이 있다. 연구를 시작하면 고민하고, 계산하고, 분석하고 끝낸다. 답을 얻으면 끝이고, 그 주제에서 흥미가 사라진다. 코드를 만든다. 필요한 기능을 넣는다. UI가 필요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UI와 문서화는 남겨 놓은 채 거기서 만족한다. 그 결과 마무리되지 않은 연구들과 문서화 없이 비공개 옵션으로만 남은 텍스트큐브 기능들이 남았다. 항상 바쁘지만, 바쁠 뿐이다. 프로가 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남는다.

그래서 정말 위험하다고 느꼈다. 언제까지 자기 만족을 위해서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모든 일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 요구하는 기준이 있다. 취업을 두고 학부 졸업생들이 느낀다는 막연함에 대한 공포에 가까운 느낌을 서른 즈음이 되어서야 느끼게 되었다. 동시에, 도전이 자기 만족을 주었고 그 허들을 항상 스스로 정해 왔기에 그 허들 너머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항상 바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삶을 여러 시각에서 보는 중이다. 그 삶의 방식에서 받았던 즐거움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라,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고통스럽지만, 이것도 넘어야 할 과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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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0 22:44 2010/03/3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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