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어내기/생각하기'에 해당되는 글 137

  1. 2008/08/19 inureyes 의사 결정과 기록
  2. 2008/06/15 inureyes 종강, 그 이후 (2)
  3. 2008/06/01 inureyes 대한민국, 2008년 6월
  4. 2008/05/19 inureyes 촛불과 긴급조치 19호
  5. 2008/05/05 inureyes 광우병 논란과 복잡계 (12)
  6. 2008/05/05 inureyes 사형제에 대한 단상
  7. 2008/05/02 inureyes 초여름의 입구 (8)
  8. 2008/04/08 inureyes 컴퓨터, 티벳 그리고 다양성 (6)
  9. 2008/03/31 inureyes 좌표축 (2)
  10. 2008/03/31 inureyes 스탠스 (4)

의사 결정과 기록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8/08/19 04:29 | inureyes

삶의 과정은 다양한 의사 결정 과정의 연속이다. 다양한 역할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의사 결정을 요구한다. 결정을 위해서는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고민 끝의 결정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의 삶을 관통하는 단어는 "책임"이다. 책임은 결국 어떤 가치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무엇에 대한 책임인가 자문했을 떄 떠오르는 것은 학문에 대한 책임, 믿음에 대한 책임, 사람에 대한 책임 정도이다. 이 세가지를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그에 나의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치는 책임을 불러오고, 책임에 대한 행동 방향은 역할에 따라 충돌한다. 역할 갈등은 항상 일어나며, 삶은 균형을 끊임없이 잡아 나가는 과정이다. 스스로의 갈등을 잡아나가는 과정을 의사 결정으로 추상화한다. 이 과정에서 역할 갈등은 논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 형태가 된다.

세상에는 일기, 사진, 일정표, 노트 등 자신을 비추는 다양한 종류의 거울이 있다. '의사 결정 기록'은 어떠한 방향으로 결정을 했으며, 그 결정을 통하여 얻어지는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게 한다. 많은 사람이 기록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는 역할마다 의사 결정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귀중하게 생각하는 기록이다.

많은 종류의 기록 중 한 가지 주제나 역할에 대하여 자신이 대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추적할 수 있는 기록은 의사 결정 기록이 가장 알맞다고 생각한다. 그 기록은 스스로의 갈등에 대한 기록이며, 당시에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내가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보여주는, 역할 갈등에 대한 기록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종류의 기록들에서는 총체적인 나를 발견할 수 있지만, 의사 결정 과정의 기록에서는 분절된 나 사이의 충돌을 읽을 수 있다.

내일 논의할 내용들 때문에 관련 의사 결정 기록을 읽다가 '왜 이런 기록을 남기는지' 잠시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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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 그 이후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8/06/15 21:49 | inureyes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수업이 끝났다.

박사 수료 요건은 지난 학기에 끝냈지만, 미련이 많이 남아서 이번 학기에도 수강신청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돌아보면 좋은 선택이기도, 안 좋은 선택이기도 하다. 전혀 관심 없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지만, 반면 학기 초에 계획했던 일들의 상당수는 생각보다 훨씬 컸던 수업의 로드에 밀려 지지부진해졌다. 다음 학기부터는 청강 이외의 수업은 듣지 않고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정리하는 겸 오랜만에 povis에 들어가 그동안 어떤 수업을 들었는지 살펴보았다. 수강한 수업을 보러 들어갔을 뿐인데, 제목과 시간과 학점의 행간으로 지난 시간이 저절로 스쳐 지나갔다. 지식들과, 그걸 알기 위해 고생했던 시간들과, 연습들과, 그 사이에서 만난 사람들과 세상과 당시의 생각들과 감정들, 그리고 흘러가는 20대가 있었다.

스스로 서게 된 이후의 인생은 공부와 묶여 있었다. 학사과정부터 박사과정까지 팔년동안 들은 여든 여섯개의 수업들은 수업이 아니라 인생이었다. 대학 일학년 시절 여름 세상의 프레임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게 된 이후로, 그에서 얻은 절망감을 떨쳐 내기 위해서 닥치는대로 들은 수업들이었다. 그렇게 많은 수업을 들어서 무엇에 쓸 생각이었을지. 돌이켜보면 그 때에는 '세상은 절대 작고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었나보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세상을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의 첫 접근은 마치 걸음마를 배우기 전의 아기처럼 그 모든 것들을 배우는 것이었다.

도서관 생활의 기억도 있다. 이학년때 경제학을 공부하고, 삼학년때 역사학을 공부했다. 방학마다 이화여대에서 인문학 과목 계절학기를 수강하면서 이화여대 도서관에서도 한참을 지냈다. (사서분들이 그대로 계신다면 아직 기억하고 계실듯 싶다.) '무엇이 나에게 진리를 보여주는가?' 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심각하게 진로를 인문학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했었지만 당시 상담했던 교수님의 만류로 접었었다. 충고하시던 말씀들 중 한 마디가 떠오른다. "인생을 놓고 보았을 때 학문에는 때가 있는 학문과 없는 학문이 있다. 네가 하고 싶어하는 학문에는 때가 없지만, 네가 지금 하는 학문은 때를 놓치면 할 수 없는 학문이다."

지난 팔년간의 인생이 공부와 생활의 이중나선만은 아니었다.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 것은 2003년 기숙사자치회 회장을 하게 되면서였다. 산업기능요원 후 유학이라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던 계획을 바꾸게 된 계기는, 세상을 배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발 딛고 서있는 이 공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인간의 '지성'이나 '철학'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면서도, 정작 인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배움이 없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설득하고 일해야 하는 위치에서, 사람들과 목표를 공유하고 그걸 구체화시켜 진행시켜 나가는 과정은 세상을 보는 관점에 비가역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표를 보며 돌아보니 기숙사자치회 회장을 하던 기간동안의 GPA이 다시봐도 참으로 이기적이다. 그 기간은 관점에만 비가역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학부 총 GPA에서 그 1년을 제외한 GPA와 포함한 GPA가 거의 0.4점의 차이가 나는 비가역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모든 배움에는 댓가가 따른다고 했던가. 참으로 비타민 C가 풍족해서 감기 걸릴 일이 없던 나날이었다 -_-)

석사과정을 밟기로 결심한 후, 입학하기 직전에 있었던 혁의 사고와 죽음은 근본적인 고민을 안겨 주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객체로서의 삶은 절대 지속될 수 없다. 사람은 관찰자가 아니라 등장 인물로서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을 이 세상에 던져 놓았을까. 그 이후로 공부는 더이상 생활에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아니었던 듯 싶다. 발을 땅에 붙이고 살기 위하여 극복해야 할 무엇일 수도 있고, 또는 일말의 답이라도 주기를 바라며 돌아오지 않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과정일 수도 있었다.

그 무렵의 공부는 끝나기를 바라지만 끝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치 군대와 비슷했다. 관심사의 폭은 훨씬 넓어지고, 모르는 것을 빨리 알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이상 공부는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한 수단은 아니었다. 단지 이유를 알기 위한 시간이었다. 종교가 아닌 어떤 것이 허무로 파여진 무저갱을 매우는 질료가 될 수 있는가? 사실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박사 과정 학생이 되었다. 기나긴 시간동안 서서히 깨달았을 것이다. 알아챔이 느렸지만 얼마전에야 중요한 것 하나를 배웠음을 알게 되었다. 기를 쓰고 알려고 했던 것, 답을 얻으려고 했던 것들은 이 곳에 없다. 물리학에도 없다. 십년도 더 된 고등학교 시절의 어느날에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질문은 근본부터 잘못되었었다. 언어가 본질을 흐릿하게 한다. 추구하고 싶은 '그 것'은 말처럼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고, 존재에 붙이는 이름이 아니라 모든 것들이 가질 수 있는 특질에 붙이는 이름이다. 그 것이 무엇인가? 모른다.

그렇게 학사,석사를 거쳐 박사까지의 수업은 종강했다. 기간으로는 팔년 반이었고, 제도 교육을 받기 시작한지 이십년 반이 걸렸다. 한참을 돌아 와서 이제야 가장 근원적인 곳에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질문을 제대로 던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 수업으로 가득차던 학기 대신 연구학기가 시작될 것이고, 정식으로 규격화된 수업을 듣는 일은 없을 것이다. 수업들이 주던 로드는 스스로 받는 로드가 될 것이다. 질문의 방향은 책이나 연구자를 향하는 대신 자신을 향하게 될 것이고, 궁금함과 괴로움을 동시에 본격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날이 시작될 것이다. 그 질문들이 물리학의 질문이 될지, 다른 그 무엇이 될 지는 아직 전혀 모르겠다. 지금 확실한 것은 이제부터의 삶은 종강 이후의 삶이고, 질문이 무엇이 되든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 뿐이다.

천 년당 한 명꼴의 천재라는 가우스가 남긴 말 하나가 있다.

It is not knowledge, but the act of learning, not possession but the act of getting there, which grants the greatest enjoyment. When I have clarified and exhausted a subject, then I turn away from it, in order to go into darkness again.

(진리는,) 지식이 아니라 배우는 행위이며,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도달하기 위한, 최고의 즐거움을 주는 행동이다. 내가 어떤것에 대해 알고 지쳤을 때는 어둠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하여 그로부터 멀어진다.

C.F.Gauss

"그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가?"의 질문을 삼년이 넘도록 잡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 아래에 무엇이 있기를 바라며 움직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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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5 21:49 2008/06/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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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다. 지난 일주일이 너무나 피곤해서 잠이 쉽게 올 줄 알았는데 눈이 감기지 않았다. '속에 천불이 나서' 잠이 안 왔다. 잠을 자기 위해서 술을 먹으러 나갔다. 새벽공기는 몸을 차게 식혀 주었지만, 타는 가슴속까지 어쩌지는 못했다.

문제는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걸려 사망할 확률은 굉장히 낮다. 그에 대한 공포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상황은 아주 기본적인 것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대명제가 실종되고 있다. 그에 대한 정권 차원의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완전히 (소수 중심의)경제 논리로만 접근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분노한다.

1988년부터 20년동안 대한민국은 국민주권국가로서 자신을 규정하기에 떳떳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실질적으로 주권재민의 원칙이 구성원 모두에게 받아 들여 진 이후 이제 채 10년이 겨우 넘었다. 오래되지 않은 만큼 약하고, 익숙하지 않은 만큼 불안하다. 대한민국의 국민 주권 민주주의 법치 국가로서의 위치는 그렇게 약한 것이었지만, 그 얼마 안되는 기간 동안이나마 국민은 모두 자신이 그러한 국가에서 살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지나친 믿음은 나태를 가져오고, 섣부른 나태는 민주주의 기반의 허약함을 도외시한채 그 다음 목표를 바라보았다. 국민들은 기본권이 보장되기에 잘사는 나라를 원했고, 그래서 선택했다.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당연히 기본은 하고 그 이상을 원한' 국민들이, '기본도 몰랐던' 사람들을 자신의 대의 대표로 선출한 것이 문제였을 뿐이다.

이전 정권때 적용되었던 기준을 현재의 내각에 적용시키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 손의 손가락 수에도 못 들어올 때 부터 모두가 '문제'임을 알고 있었다. 법률과 헌법의 울타리가 여전히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실용'과 '경제'라는 내용 없는 레토릭을 지팡이삼아 초법적으로 모든 것을 하려는 현재의 정부와 집권 여당의 태도는 끊임없이 국가의 기본 이념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그걸 더이상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최소한의 도덕'으로서의 법은 지켜져야 한다. 그 대상이 고위층이라면 더욱 당연한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가는 다원주의에 입각하여 모든 구성원에 대한 고려와 절충을 해야 한다. (이미 훨씬 더 큰 이익을 취하고 있는) 한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집단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할 권리가 국가에게는 없다.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는 '자본주의 국가'의 구성원은 이를 위해 교육 기회의 균등을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다. 자본주의에 따라 자본이 교육의 기회를 결정해준다는 사고에 의한 정책은 자본주의가 성립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는 기회의 균등을 박탈하는 것이다.

그게 문제이다. 단지 현재의 정치 세력이 권력을 획득한지 100여일이 지나가고 있을 뿐인데, 그 기간동안 대통령과 그 내각이 한 일은 모두가 대한민국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다.

초중고교생들이 저항권을 행사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민주주의 속에서 태어나 민주주의를 배우며 자란 세대이다. 자신이 어떠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학교에서 배웠으며, 그 내용과 현실이 일치하는 것만을 보았던 세대다. 이 민주주의 1세대들에게 너무도 당연한 '자신의 권리를 찾는' 모습에서 두가지 길을 본다. 이들이 2008년에 하게 될 경험이, 국가에 대한 신뢰와 믿음과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에의 확신을 주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그렇지 않으면 미리 상상하기조차 싫은 트라우마를 그 윗세대들처럼 가지게 될까.

촛불을 든다. 명확한 목적이 있다. 나는 아직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시스템은 돌아가며,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촛불을 통해서 강력한 주장을 펼치려고도 하지 않고, 직접적인 어떤 것을 얻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촛불을 들고 저항권을 표출하는 것은 투표에 비하여 훨씬 더 큰 결심을 필요로 한다. 남은 몇 년 간을 버티려면 적어도 '민주주의적 의사 결정 과정' 과 '법에 입각한 정부 구성' 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후 과반수를 훌쩍 넘을 집권 여당이 모든 일을 국민들과의 민주주의적 절차 없이 강행하려고 할 때, 약한 여당들이 촛불의 수를 근거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서 견제 장치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리고

이 지랄같은 시간이 제발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기본은 하는 나라' 를 만들기 위해 그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노력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또 철지난 비디오 돌려 보기를 하는 세상인 것이 속에 불을 키운다.

새벽에 홀로 나간 시장의 주점에서, 목구멍으로 소주를 집어넣어 가슴속의 불을 끄려고 했다. 아는 분들을 두 분 만났다. 그 분들과 소주 네 병을 깠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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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1 06:29 2008/06/0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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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생들도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를 하는 자리, 김장훈이 '경찰에서 나가면 사법처리한다고 했다' 며 참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긴급조치 19호'를 떠올린 사람은 나뿐일까?

웬만한 포탈들의 영화 평론 점수의 마리아나 해구인 그 영화의 상황이 현실에서 비스무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블랙코미디 삼아 지켜 보는 것도 고역이다.

정치와 목민에 관한 이야기가 분명한데 과학을 이야기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가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긴 하다. 현상을 판단하고 대응을 결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상학적 판단이 아니라 기저부의 이해이다. 국민들에게 60일동안 쌓인게 한두개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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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9 04:33 2008/05/19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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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쇠고기 수입 관련해서 세상이 떠들썩하다. 지금의 이상 과열된 분위기는 정권이 자초한 면이 있으니 그러려니 하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논점만 들어본다면

  • 딱히 한국산 쇠고기가 미국산 쇠고기보다 광우병에 대하여 안전한가? - 객관적으로는 '아니다.'
  • 미국산 쇠고기를 섭취하면 광우병에 정말로 심하게 노출되는가? - 알 수 없다.

전자의 경우 전체 논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부분이고, 한우의 목축 과정의 개선으로 귀결되는 문제이므로 미국산쇠고기 논란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은 아니다. 후자의 경우가 문제인데, 떠돌아다니는 논문들을 스키밍해 보면 통계적으로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 자체는 별 문제가 없는 수치이다. 하지만 딱 한 부분 관심을 끄는 언급들이 있는데

  •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인간 광우병의 원래 이름) 의 기작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는 부분이다. 무섭기는 인간 광우병보다 AIDS가 훨씬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AIDS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은 HIV를 중심으로 한 전파 및 감염 경로의 모든 기작이 다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가능성' 이 존재하는 한 모험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모험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겠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대한 연구들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내 놓을텐데 못 기다리는 것이 참으로 불도저스럽기는 하다.)

여기까지는 현 세태에 대한 단상.

*

뜬금없이 복잡계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복잡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때) 미국 제 1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의 1995년 소설인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쥐라기 공원의 속편인 이 소설은 영화화되면서 대부분의 메세지를 잃어버렸다. (기회가 된다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복잡계 이론, 진화 이론등이 정말 어지러이 얽혀있는 가운데 특이한 부분이 전체적인 줄거리를 지탱하기 위하여 끼워져 있다.

이슬라 소르나Isla Sorna (인젠이 회사를 처분하면서 방기한 대규모 공룡 생산을 위한 공장이 있는 섬이다. site-B라고도 함) 에는 공룡들이 야생에서 6년 가까이 방치된채로 살고 있다. 섬에 도착한 일행들은 어째서 공룡들이 방목되어 있을까를 궁금해하고, site-B의 공장에서 그 답을 찾는다. DX라는 정체 불명의 병이 새끼 공룡들 사이에 만연했고, 위로부터의 압력을 견디다 못하여 태그를 붙여 섬 전체에 풀어 키운 후 큰 공룡만 잡아오게 된 것이다.

DX라는 병이 생긴 이유를 주인공들은 바로 알아낸다. 새끼 공룡들의 성장을 돕기 위하여 사료로 양을 갈아 먹였기 때문에 프리온이 공룡들에게 들어갔고, 그래서 공룡들은 DX에 걸린다. 프리온은 동물들마다 다른 증상을 만들어내는데, 공룡의 경우에는 그 증상이 DX라는 질병이었다.

크라이튼은 프리온에 의한 공룡의 질병을 생태계에 절묘하게 끼워 넣었다. 동물학자인 새러sarah의 눈에 비친 이슬라 소르나에는 육식 공룡이 비정상적으로 너무 많다. 섬을 탈출하며 주인공들은 '잃어버린 세계1'인 줄 알았던 이슬라 소르나가 사실은 완전히 균형이 깨진 생태계임을 깨닫게 된다. DX때문에 공룡들은 수명보다 훨씬 빨리 죽었고, 그래서 육식동물들이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고기가 공급된다. 하지만 동시에 어른까지 사는 공룡들은 없었고, 집단 행동을 하는 벨로시랩터등은 완전하게 무규칙적이고 본능에 기반한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

참으로 멋진 소설이다. 13년이 지나서 다시 기억을 떠올려보니 크라이튼은 예나 지금이나 과학 오타쿠로 인정할 만 하다. ('타임라인Timeline' 이후 최근의 저작들은 좀 "너무 앞서 나간" 감도 있긴 하다.) 잠깐, 생각해보니 이 사람때문에 내 진로가 어찌저찌해서 이렇게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2

*

이 부분은 농담이니 접습니다...

*

진지로 시작해서 유머로 끝나는 글쓰기가 최근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유는, 쓰고 나면 뒷부분이 그저 농담이 아니라 블랙코미디로 읽히기 때문이다.

  1. 고립되어 자체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생태계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명한 가설. 잃어버린 세계를 찾게 되면 그를 통하여 생태계의 안정성과 진화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2. 원어로 처음 읽은 소설이 고등학교 1학년때의 Jurassic Park랑 The Lost World였던 것이 떠오른다. 물론 번역판을 그 한참 이전에 읽었으니 가능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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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5 20:51 2008/05/0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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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를 반대한다. 그 이유는 집행 대상에 대한 천부인권의 인정이나 오심의 가능성에 대한 인정 등의 복잡한 것이 아니다. 집행 대상이 '인권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이 '그와는 다른 존재라는' 가장 직접적인 상징 행위가 사형의 미집행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금지된 행위들을 일상 행위와 구분함으로서 윤리의 경계를 완성한다. 이러한 경계 짓기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보복이 아니라 차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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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5 16:56 2008/05/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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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입구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8/05/02 23:18 | inureyes

서울에 올라갈 예정이었다가 계획을 접었다. 무엇이 가장 필요한 것인지 생각을 해 본 결과 '여유' 가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예외를 몇군데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서울은 여유를 가지기에 썩 좋은 공간은 아니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는 기간이 시작되었다. 날씨는 덥고, 사바 세계는 더 덥다. 머릿속도 굉장히 더워져서 잠시 열어놓고 식혀야 했다.

*

'정체성의 혼란'이 화두가 된 지난 삼 개월 동안 짧지만 꾸준하게 한가지 가능성을 알아 보았다.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찾기 힘들다면 그 원인은 개성인가, 아니면 주위를 바라보는 태도에 있는 것일까? 후자의 경우라면 삶의 태도를 바꾸었을 때, 예를 들면 더 가볍고, 더 직설적이고 더 직접적으로 주변을 대하는 삶은 어떨까? 알아보기 위해서 그러한 태도로 석 달동안 살아보고 평가해보니 후자의 경우가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는 이유는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스스로도 이물감을 느꼈고, 몇몇 사람들에게는 미리 이야기를 해 두었음에도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하나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짧아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많은지)를 알게 되었다.

성과가 있다면 인스턴트한 생각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빠른 논리 전개를 해 나갈때 가끔 중요한 것들을 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행동을 바꾸어서 그러한 점을 연습할 수 있었다. 더해서 '나와는 좀 다른 인간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Chemistry'가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그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고 하는가? 같은 점들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사람에게는 스타일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는 부분도 같이 알게 되었다. :) 더 생각하고, 오래 걸리는 사람이 되리라.

*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정리를 하기 위해서 WoC에서 나누어주었던 '개발자 다이어리' 에 현재 하고 있는 일, 노는 일들을 전부 죽 적어 보았다. (삶은 결국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니던가? 광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이기는 하지만 다이어리에 적힌 developer 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든다.) 많다. 무엇의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로 저녁 한 때를 모두 보냈다.

self portrait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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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2 23:18 2008/05/0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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