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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투표

빚어내기/생각하기 | 2016/04/14 22:15 | inureyes

어제 포항 방문한 김에 물리학과 동기 박사들 및 선배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였다. 식당에 설치된 TV에서 투표 중계가 나왔다. 출구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의외의 결과를 놓고 의외의 토론이 시작되었다.

개표 방송엔 온 시민의 관심이 몰린다. 어째서? 출구 조사 결과를 보는 시점엔 투표가 종료된 상황이므로 투표의 결과는 결정되어 있다. 단지 그 결과를 우리가 아직 모를 뿐이다. 그러니 개표 방송은 개표 방송을 열심히 보든 보지 않든 이미 결과가 정해진 일인 것이다. 스포츠로 따지면 재방송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유권자들은 흥미와 재미를 느낀다. 결정론적 세계에서 이미 정해진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인데도 재미가 있다. 실시간 개표율은 마치 현재의 이벤트 결과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 같은 착각을 시청자들에게 불러 일으킨다.

개표 과정은 우리의 관측 행위가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마치 그런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경우들 중 하나다. 이처럼 결정론적 물리계를 마치 양자세계같은 확률론적 물리계처럼 대하는 재미있는 상황들이 몇 있다. 즉석 복권이 대표적이다. 긁기 전에 그 복권은 당첨인지 꽝인지가 결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구입을 했다면 바로 까서 결과를 보면 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기도를 하거나 시간을 맞춰 긁거나 하는 행동을 보인다. 어째서 사람들은 양자론을 설명해주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가끔 확률론적 세계관에 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가? 몇천년동안 재미있던 주제이고, 지금도 재미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물리학에서 조금 벗어나 인식론과 관념론으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투표 이야기 하다가 “과연 결정론적 세계관이 존재하는가” 까지 갈 문제이지만 물리학자들끼리 앉아 있는 자리라 거기까지 가지 않고 같은 출처에서 나온 1번과 5번 후보뿐인 포항 지역구 이야기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끝났다. 인생의 묘미를 즐기려면 머리를 좀 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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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4 22:15 2016/04/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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