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지금 네번째 멀티에서 쓰는 중이다. 처음 내 손에 만져졌던 그 컴퓨터의 1/16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비교가 안되게 더 빠르겠지만 단순히 클럭을 비교하면 여든네배가 빠르다. 이녀석 LCD옆에선 세번째 멀티의 기억이 지워지고 있다.
내가 내 컴퓨터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억일까 아니면 기계 자체일까. 몸통을 바꾸면서도 계속 멀티는 멀티다 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중요한 것이 기억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확실히, 한 번 한 번이 지날 때 마다 내 컴퓨터가 나와 함께 사는 방식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억. 이란 것은 단지 정지해 있는 어떤 것에 붙은 이름의 하나.
기억이 그대로 있어도 그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생각이 같아도 뇌가 다르다면 같은 바탕으로 만드는 결론은 다를것 같다는 생각처럼. 결국 어떤 하나의 컴퓨터가 '멀티'라고 이름붙여져 몇 년씩 함께 살아가는 것은 기억만으로는 아니지 않나 싶다. 1995년에 만들어진 디렉토리가 그대로 있다고 해도, 그것들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속깊은 유대.
...옆의 컴퓨터에 운영체제 인스톨이 끝났다. 완전히 텅 비어버린 모습으로 날 보고 있다. 이제, 잘 생각해서 다시 다른 모습을 주어야 할텐데. 무생물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그 주인의 재량이니까. 우리 자신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