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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설명하기

빚어내기/생각하기 | 2007/08/27 01:12 | inureyes
5년 전(벌써!) 학부 시절에 이성익 교수님과 지도 회식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따라,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는 법을 굉장히 오랫동안 연습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기'는 단순히 말을 쉽게 하는 것으로 가능해 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려운 것을 더 어려운 구석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그 다음에 그 내용을 쉽게 풀이할 수 있게 된다. 완벽히 이해하면 설명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도 함께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핵심을 모르고 쉽게 들리도록 이야기하면 사기 또는 자기 기만이 된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 처럼 이야기할 때는 쉽긴 하다. 그렇지만 듣는 사람이 전혀 핵심을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기이다. 자신이 그 복잡하고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 할 때는 조금 더 고급 사기를 볼 수 있다. 자신조차 속이기 위해 택하는 방법이 보통은 유명한 사람의 경구나 주장을 빌려오는 '권위에의 호소' 이기 때문에 앞의 사기보다는 더 고급 사기이다.

사기의 경우에는 양심을 주관있게 지키면 저지르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자기 기만의 경우에는 본인조차도 믿어버리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어떤 이론이나 주장의 핵심을 안다고 생각할 때, 그 판단이 "내 의견" 인가, "내가 증명해 본 적이 있는 것" 인가, 그리고 "내가 안다고 믿는 이유가 무엇인가" 를 항상 곱씹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특히 물리학에서 "핵심"을 이해한다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고 짚어 보고 깨우친 핵심" 인지, 앞의 수많은 학문의 선배들이 남긴 경구에서 받아들인 핵심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끊임없는 숙독과, 유도와, 증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그 과정을 통해 결론에로의 지름길처럼 보이는 '가짜 돈오頓悟' 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 보는 것이 자기 기만을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예전 그 때 이성익 교수님께서는 지도회식을 하러 이동하는 엑셀 승용차 안에서 "훌륭한 물리학자란 보통 사람에게 아주 어려운 물리학의 개념을 설명했을 때, 이야기만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그 개념에 대하여 그 사람 스스로 마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 이라고 하였다. 그 말이 의미하는 목표가 얼마나 멀리 있을까. 예전 교수님 말의 무게가,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어렵게 이해하는 과정을 겪으며 갈수록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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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01:12 2007/08/2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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