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 '바보 상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다. 본인의 경우 지금은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가끔은 유용하다가도 가끔은 도대체 저 프로그램을 왜 만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한 경우에 속하는 프로그램들에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가 있다. 그러한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굉장한 바보이다. (또는 바보처럼 보인다)

흔히 미디어는 대중을 반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텔레비전의 경우는 그렇지는 않다. 보통 사람이 텔레비전의 기준보다 훨씬 똑똑하다. 한번 생각해보자.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에서 탤런트들이 하는 받아쓰기는 초등학생도 보통 해내는 수준이다. 텔레비전에서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는 것들 중 실제로 대단한 경우는 거의 없다. 텔레비전은 사회를 반영해 보여주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는 현상계를 이미지화해서 대중에게 전달하는 거대한 이미테이션이다.

텔레비전의 기준은 '바보급'이다. 태어난지 2년이 안된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정말 바보가 보아도 재미있어야 한다. 텔레비전은 모든 매체들 중에서 가장 거대한 산업이며, 시장의 폭을 얼마나 넓게 잡느냐가 텔레비전과 그에 연관된 산업들의 모든 이윤을 지배한다. 텔레비전은 시장의 폭을 확대하기 위하여 자신의 수준을 낮추었으며, 그게 텔레비전이 종종 '바보상자'라고 불리우는 이유이다.

그런데 텔레비전과 관련된 미디어 사업이 본질적으로 이미테이션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텔레비전 산업은 재미있는 일을 해 낸다. 본질이야 어찌되었든 텔레비전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대한 "전자 거울electric mirror"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대중의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 평균을 잡은 매체라고 하더라도, 피드백 과정에서 대중은 텔레비전의 표준을 실제 표준으로 인식하게 된다. 사회는 텔레비전 안에서 더욱더 희화화 되어 있고, 극단과 대척으로 재구성된다. 권위는 재정의되고 대중은 衆愚로 바뀐다. 거대한 되먹임 과정 속에서 구성원의 평균 지성 수준은 내려가며 그에 맞추어 텔레비전은 프로그램의 기준을 더 하향조정한다.

텔레비전이 절대 '전자 거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수많은 문제와 절망적인 한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통한 텔레비전에 대한 일차적 재인식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텔레비전과 사회간의 되먹이 사슬에 연계된 산업들과 그 영향력이 너무 크다. 이미 존재하는 텔레비전의 영향력과, 교육에 대한 부정적 반응 때문에 교육을 통하여 되먹임 과정의 부작용을 넘어가려는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 보인다.


월드 와이드 웹은 구조적으로는 텔레비전와 같은 되먹임 과정이 힘들다. 정보 전달의 흐름이 분산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수많은 정보 거품information bubbles이 무수히 생기고 사라지는 과정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보의 집적에 따른 정보 흐름의 일원화는 결국 텔레비전과 사회와의 관계와 같은 되먹임 과정을 만들 수 있다. 게이트웨이로 인하여 정보가 재편되고 전달되는 시대의 초입을 살아가고 있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50여년의 세월동안 텔레비전을 통하여 인류가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7/04/23 20:01 2007/04/23 20:01
트랙백이 없고,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ATOM Icon 이 글의 댓글이나 트랙백을 계속 따라가며 보고 싶으신 경우 ATOM 구독기로 이 피드를 구독하세요.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s://forest.nubimaru.com/trackback/2040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