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9/03/21 23:23 | inureyes

오늘 백소영 누님이 천안에서 결혼하셨다. 시집 가시는 날 까지 (매일 하던) 실수를 했는데, 결혼 사진 찍을 때 누님께 '형 집들이 언제해요?' 라고 묻고 말았다. 9년동안 그놈의 '형' 소리가 떨어지질 않는 것을 보니, 초기 인지 과정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

서울로 돌아와 테크노마트에서 은진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항상 가듯이 8층 CD 매장에 가서 마음에 두고 있던 시디들을 찾았는데, 계산하러 가서야 문화 상품권 봉투를 통째로 포항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절판된 CD도 하나 있었기에) 안타까웠지만 원래 자리에 돌려 놓고 왔다. 예전 같았으면 샀겠지만 결혼하고 나니 미묘한 곳에서 망설이게 된다. 얼마전 교보문고와 yes24에서 도서와 CD 구입 이력을 확인했다가 식겁한 이후에 굉장히 소심해졌다. (ㅠ_ㅠ) 온라인에서도 문화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 중이다.

CD를 고르며 한참을 고민하던 느낌을 떠올려 보았다. 기대와 긴장감이 적당히 혼합된 그 기분 때문에, 문화 상품권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실망도 컸다. 어떤 일이든 결과를 기대하기 전에 최소한의 기본 요소가 갖춰져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떡을 받아 먹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말이라 하더라도, 일단 입을 벌리고 있어야 가능성이라도 생긴다. 무엇을 기대하기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 확실히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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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1 23:23 2009/03/2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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