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컨퍼런스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6/12/03 01:34 | inur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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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집.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1회 복잡계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SERI1에서 3년 정도 이어졌던 복잡계 경제학 워크샵이 올해부터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이 되고, 이제는 SERI의 도움을 좀 덜 받으며 독립적인 조직이 되려고 한다. 그 단계의 시작으로 개최된 컨퍼런스였다. 지난 복잡계 모임에 참석한 경험2이 있어 큰 관심은 없었는데 서울에 온 김에 참석하게 되었다.

전체적인 컨퍼런스는 무난했다. 들을 만한 발표도 몇 있었고,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총평을 내려보자면, 물리학도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괴로웠다. 소감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복잡계는 메타포가 아니다."

이후의 내용을 적기 전에 하나. '굉장히 까칠한 내용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3

모 발표를 끝까지 참고 들은 후에 질문을 하나 했다. "그 내용에서 복잡계가 어디 나오나요?" 돌아오는 대답이 "사람이 많아서 복잡합니다." 그 뒤에 자기가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장광설이 이어졌다. 속으로 '그 쯤 멈춰주시라' 고 외치고 싶었으나 어쩌겠는가. 나만 속 터진건 아니었는지 갑진형도 비슷한 질문을 했지만 역시 베를린 장벽도 아니고 휴전선급의 그 벽은 어쩔 수 없었다.

전체 발표의 반 조금 못되는 내용은 전부 복잡계를 그들만의 '메타포'로 이해하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비단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프 이론으로 노드와 링크 몇 개 이어놓고 그림을 그리면 복잡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뭐, 복잡계 '방법론' 을 사용하려고 했다고 하면 이해해 줄 수는 있다) 솔직하게 말 해 보자. 노드 수 50개가 안되는 네트워크에서 무슨 수치를 그렇게 많이 구해 놓고 그게 복잡계라고 말할 용기가 나는 것일까? '복잡계 네트워크 방법론' 을 적용 시킨다고 그 계가 복잡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술 더 뜨는 사람들도 많았다. 거기서 "창발현상" 을 읽어 내는 사람들. 모처럼 노력해서 열린 컨퍼런스가 이런 내용이 반이라니 내심 국가 경제가 어디서 물이 새서 점점 안타까워 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슬펐다. 심지어 그렇게 이론을 전개해 나가길래 시그마 기호4 아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는 사회학자 분도 계셨다.

'통섭' 이라는 말이 있다. 전혀 다른 분야 사이의 소통을 시도한 컨퍼런스였다면, 가능성 만큼 큰 좌절을 보고 왔다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해야 겠다. 어떤 주제에 대하여 대화를 위해서는 대화에 쓰이는 단어들의 공통된 '정의' 가 합의되어야 한다. 우선 그것부터 시작해야 할 듯 하다는 것이 현재의 소감이다.


  1. 삼성 경제 연구소
  2. 사실 그 때 매우 괴로웠다. "자신만의 세상" 을 주장하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았던 경험.
  3. 물리학자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물리학과 모모 교수님과 이 뒤의 내용 때문에 한참 안타까움을 나누었음.
  4. 3자 뒤집은 모양으로 생긴 기호. LaTeX equation . 뒷 요소의 합을 나타내기 위해 쓰인다. 이것까지 설명하려니 좀 쪽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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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 카테고리 돌아다니기

2006/12/03 01:34 2006/12/03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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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nghye 2006/12/03 20:39

    얼마전에 김승환교수님 연구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연구 주제가 좀 바뀐거 같더라고. 바이오하고 금융이던가? 뇌연구는 전부터 했던걸로 아는데 금융은 처음 보는거라 좀 당황스러웠어.
    시류에 따라가는건 이해하지만... 왠지 물리에서 너무 멀어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면 그런 응용까지 학교에서 다루어야 하는가 싶더라구. 회사 연구소도 아니고. 그래서 좀 씁쓸했음.

    • adrysn 2006/12/03 16:04

      아무리 씁쓸해도 그렇지 교수님 성을 바꿔버리면 어떻게해. -_ㅜ

    • sunghye 2006/12/03 20:40

      호호 고쳤다

    • inureyes 2006/12/04 13:17

      두 주제 모두 우리가 입학할 당시 (...벌써 7년이냐) 부터 하던 주제야. econophysics가 1997년에 시작되었으니 우리나라에서 그 분야를 시작한 것은 굉장히 빠른 셈.

      굉장히 여러 어플리케이션을 다루는 것이 통계물리학 분과의 특징이기도 해. 실제 각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하든간에 그 데이터들이 물리학의 범주 내로 들어오면 그런 연구의 방법론들이 대부분 무시되거든. '통계적인 데이터'로 변환되는 것들이면 대부분 물리량을 정의할 수 있게 되지. 이렇게 여러 분야로 통계 물리학의 발이 넓어지기 시작한 것이 컴퓨터 덕분에 최근 10년 사이에 온갖 종류의 데이터가 생겼기 때문이라네.

      금융이든 바이오든 뇌든 실제 다루는 데이터의 형태는 시계열의 형태로 전부 동일해. -뇌의 경우에는 hodgkin-huxley 모델과 같은 동역학 모델도 존재하지만-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나온 데이터 간에 universality가 존재한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한 점. :)

      이런 연구들이 돈에 가까우면 응용쪽이 되겠지만, 실상 맨날 기초적인 물리량과 시스템의 특성을 측정하거나 새로운 measure를 제안하는 식이기 때문에 회사 연구소에선 이러한 연구를 다룰 일이 없지. 우리한테는 모든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그러한 일반성이 신기하지만 회사들은 별반 관심이 없는듯. 돈이 되질 않으니까 하하하^^

    • sunghye 2006/12/05 06:31

      음. 그래 ^^
      그런데 네 글을 읽다보니 생각이 났는데
      통계적인 데이터로 변환되는 것들이면 대부분 물리량을 정의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물리량 말하는거야? 글쎄, 내 생각에는 통계적인 데이터로부터 평균이나 분산 속도 가속도 주파수 이런것 들은 정의할 수 있을거 같기는 한데 그런건 수학에 더 가까우니 물리량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서.(사실 속도도 물리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질점의 운동속도를 말하는건 아닐테지만)
      또 기초적인 물리량의 특성을 연구한다고 했는데 금융물리에서 온도나 질량, 운동량, 에너지 같은 물리량도 측정한다는 말인지?

      물론 모든 대상의 일반성이 흥미롭고 충분히
      연구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자연법칙의 universality를 찾아내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나온 데이터간의 universality를 찾아내는 것도 넓은 의미의 물리
      라고 할수 있을지, 물리보다는 수학에 포함시켜야 하는건 아닌지 좀 의문스러워.

    • inureyes 2006/12/05 19:10

      그 부분에 대해서 물리학이 볼츠만과 플랑크 이전과 이후로 나눠지지. 이전의 물리량은 측정에 기반하고 있었는데 볼츠만 이후로는 개념이 달라지게 되니까. 실제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가능한 상태'의 가짓수라는 숫자가 시스템의 성격을 결정 짓는다는 개념이 사실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통계물리학과 양자물리학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

      사실 열물리학과 통계물리학의 물리량들은 일대일 대응을 이룬다는 것 말고는 관련성을 찾기가 힘들어. 양자 실험과 양자역학의 관계와 비슷하지. 하지만 통계물리학히나 양자역학을 통해서 실제 시스템이 잘 설명되고 있고, 다른 설명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원칙 -열역학의 제2법칙 같은- 들을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지.

      위에서 예로 든 것들 중 온도, 에너지의 정의는 통계역학과 양자역학에서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전부 상태수에만 의존하는 양이야. 상태수와 상태량을 정의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시스템들에서 위의 개념은 엔트로피와 함께 전부 정의할 수 있는 양이 되고. :)

      도대체 이게 어째서 실제 측정 가능한 에너지와 연결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예를 하나 들면 Shannon의 information entropy를 통해서 DNA 서열의 가능한 배열 수를 통해서 해당 DNA를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그에 따른 필요한 ATP를 계산해 낼 정도로 사실은 일대일 대응 관계임^^

      내가 라이프 책 프랑스까지 부쳐줬는데!!

    • sunghye 2006/12/06 08:06

      음... 내가 물어본건 그게 아니었는데 ^^

      나도 통계물리의 개념은 잘 알고있는데 내가 물어본 건
      통계물리의 적용 대상이 전통적인 물리 시스템이 아닌
      경우에도 물리라고 부를 수 있을지하는거였어.
      통계물리(모든 물리)의 방법은 사실 통계
      (수학)이니까. 그 적용 대상이 자연현상일 경우에
      물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금융은 자연현상의
      범주에 넣기는 좀 이상해 보여서.
      사실 모든 학문의 경계를 정확히 나눈다는게
      의미 없을 수는 있겠다.

    • inureyes 2006/12/07 15:48

      고전역학을 제외한 모든 물리학의 범주는 20세기에 정의 된 것이라는 :)

  2. lshlj 2006/12/03 09:58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매달 열리는 모임에 전에 한 번 간 적이 있었는데, 위에 쓰신 것과 비슷한 걸 느꼈죠. 물리학을 하는 사람들과 경제학을 하는 사람들의 괴리감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것.. "복잡계는 메타포가 아니다"라는 말에 100% 공감합니다.

    • inureyes 2006/12/04 13:18

      당시 경제학자들에게 든 느낌도 그러했는데, 이번에 사회학자 분들을 뵙고 나니 경제학자는 오히려 물리학에 가까운 편이더군요. 그래도 저번에 참석했었던 복잡계 모임때의 철학자 분께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OTL)

  3. 건더기 2006/12/03 17:07

    문과는 교육과정에 시그마 없어요....
    (재수할 때 이과에서 문과로 바꾸고 가장 놀랐던 것이 시그마 쓰면 간단해 지는데, 그게 없어서 삽질하던 광경...)

    • enoia 2006/12/04 03:58

      문과도 공통수학에서 시그마 배우지 않나요? 과외 가르칠 때 문과애들한테도 그렇게 가르쳤었는데...

    • inureyes 2006/12/04 13:20

      고등학교때 뭘 배우든 그게 문제는 아닌듯. (그 나이때의 분들은 아마 다 배우셨을 거에요) 걍... 까먹은거죠 하하

  4. 떡이떡이 2006/12/03 18:29

    복잡계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
    이과에 사용하는 용어인지...

    • 건더기 2006/12/04 09:17

      100%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Chaos 생각하시면 얼추 맞습니다. :)
      (아니면 쥐라기 공원의 말콤 박사를 생각해 보시는 것도..)

    • inureyes 2006/12/04 13:28

      막상 한마디로 설명 드리자니 굉장히 설명하기 어렵네요 ^^

      이과에 사용하'던' 용어 맞습니다. 요새는 메타포가 넘쳐나지만... 좀 있으면 '양자역학을 노자가 처음 발명했다' 급의 이야기가 다시 나올까 두렵네요.

  5. daybreaker 2006/12/06 12:46

    댓글을 쭉 읽다가 "예를 하나 들면 Shannon의 information entropy를 통해서 DNA 서열의 가능한 배열 수를 통해서 해당 DNA를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그에 따른 필요한 ATP를 계산해 낼 정도로 사실은 일대일 대응 관계임^^"를 보고 놀랐습니다. 정말 그 정도까지 가능한가 보군요.;;;;

    • inureyes 2006/12/07 15:49

      넵 가능하죠. 결과 계산을 위해서 엔트로피 뿐만 아니라 분자간의 bonding energy나 thermal fluctuation 등등을 모두 고려해야 최종적인 답이 나온다는 점에서 좀 괴롭지만...

  6. 날개달기 2006/12/23 00:20

    복잡계에 대해서는 <복잡계로 바라본 조직관리>라는 책을 읽으면 핵심적인 개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워낙 얇은 책이니 편하게 읽으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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