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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우울

빚어내기/살아가기 | 2008/01/28 02:21 | inureyes

스스로 삶의 무게가 얼마인지 재어 보려고 했었다.

그날부터 삼 년이 흘렀다. 공유했던 시간이 누렇게 바래가려는 채비를 서두를 때 즈음에야 알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내 생의 한 편에서 아주 조용하지만 항상 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매우 가벼운 우울이다. 가슴 한가운데에서 달력이 넘어갈수록 커지는 것은 아직 절망이라고 부르기에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이름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어떤 것이다.

인생에 관하여 어떤 결론을 내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나이이지만 인생의 부조리를 깨닫기에 적은 나이는 아니다. 세상은 항상 희생자들을 뒤에 남기면서 꾸준히 시간을 삼키고 있었다. 세상에 먹히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하며, 어느새 '현실'이던 많은 이야기를 '추억'의 꼬리표를 붙여 쉽게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세월을 계속 되새김질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갈수록 너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기가 두려워진다 혁아.

갈수록 답답해지는 가슴은 흐릿해질 것 같은 다짐을 마주할 때마다 쌓여가는 초조함일까, 널 찾아올 때마다 부끄러움에 무거워지는 자신의 발걸음에 대한 嘲笑일까.

삼 년 전에, 후배이자 친구를 하나 잃은 대신에 삶이 얼마나 허무하고 가벼운지를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알게 되었다. 생을 관통하여 떨쳐버릴 수 없는 가벼운 우울함의 정체는 살아 있어 가져야 하는 생의 무게이고, 긴 여로를 통과하기 위한 교통비였다. 살아있고, 그렇기에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많은 것. 퇴로는 없다. 생각하기에 살아있다는 것만큼이나 본질적이므로.

다음에는 덜 부끄럽게 찾아갈게.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안주 삼아 나누었던 정종 대신, 조금은 더 우리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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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8 02:21 2008/01/28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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