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논문을 읽을때면 느끼는 것 하나. 시간이 흐를 수록 지식의 누적 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방대해진다. 사회는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형을 말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수명과 시간의 한계로 실질적으로 여러 분야를 최전선까지 파고 들어간 인간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분야의 등장 또한 갈수록 많아진다. 조금 먼 예로는 분자 생물학이, 가까운 예로는 경제 물리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분야의 등장은 대개 두 분야간의 융합으로 여겨지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기반이 된 분야들이 새 분야에서 형성하는 주종 관계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다. 분야 두 개의 이름으로 지칭되는 대개의 학제간 파생 분야는 한 쪽의 방법론을 다른 쪽의 이해를 위해 적용하는 경우들이다.

이러한 분야들의 경우 '두 분야의 융합'이라고 불릴 수 있는가? 시간이 오래 흐름에 따라 아이덴티티가 확립된 예로 분자 생물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적인 사고를 깊이있게 하는 인간형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분야의 융합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학문들은 서로의 방법론을 주고 받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자아를 가진 학문이 태동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불가능한 일로 판명된다.

리뷰 논문을 하나 덮으며 어쩌면 통합적 사고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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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05:41 2011/03/1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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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z0nam 2011/03/11 14:49

    '선과 모터사이클관리술'을 읽다보니, 유사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어떤 것에 대해 이해가 깊어질수록 가설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고. 그리고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저자는 과학을 관두고 메타과학을 공부하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인류의 앎이 깊어진다는 것은 주어진 가설들을 해결해나가 최후의 가설을 해결하면서 끝나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소한 경제학에 대해서 말하자면, 융합을 통해 자율성을 띠는 제3의 학문이 나타난다기 보다는 현재의 경제학 그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정체되어 결국 경제학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연구 방법론은 타 학문 분야에 의해 채워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inureyes 2011/03/14 04:02

      인간 행동에 가까운 학문일수록 시스템의 예외성 때문에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기 힘든 경향이 있습니다.

      경제학의 경우에는 수학과 인간의 점이지대에서 탄생한 학문이라 과학적 메타포 및 수학을 다수 동원하죠. 그런데 시스템을 정의하는 가설 성립의 부분에서 주관을 배제하기 힘든것이 학문의 성격에도 반영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 결과가 학파와 학풍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요. 경제학을 공부하며, 세계관을 세우게 되면 대체 가능하거나 나은 세계관이 등장했을때 그걸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이 얽힌 학문은 그게 힘들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냥 잡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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